제 아들은 언어가 많이 느린 아이였는데요. 딸아이가 12개월에 말을 제법 한 것과 비교하면 한참이나 느린 편이었다 할 수 있어요. 24개월에는 아예 엄마, 아빠 외엔 말하지 않았었고 30개월이 되어도 큰 변화는 없었어요. 다만 내 말을 다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말은 못 하는데 알아듣는 단어가 점점 늘어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집 안에서 심부름도 시켜보고 이것저것 지시사항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 살펴본 적이 많았답니다. 참 이상한 게 말은 늘지를 않고 영유아 검진 등을 가면 언어가 느려서 추적관찰을 요한다는 소견을 듣고 오는데 제가 하는 말은 점점 더 많이 알아듣는 거예요~ 그래서인지기능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좀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주변에 30개월이 되기 전에도 말을 제법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걱정도 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는데 일단 아이는 말을 못 하긴 해도 온몸으로 의사표현을 잘한다고 느껴져서 정말 36개월~40개월을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네요.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계속 더 읽어달라고 하고 재미있었던 책은 정말 목에 피가 올라올 정도로 많이 읽어주었습니다. 아이가 말이 느리니까 좀 더 열심히 읽어준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말할 수 있는 단어의 증가 속도는 더딘 편이었어요. 어느 병원을 가도 언어는 느리다는 결과가 나왔고 정말 36개월까지도 또박또박 할 줄 아는 단어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아이 눈빛이 요구하는 바가 정확하고 표정과 온몸으로 싫은 것과 좋은 것 등의 의사표현을 정확히 하고 있어서 아이를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아이가 36개월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만개하기까지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처럼 제 아들의 언어도 그랬습니다. 갑자기 말을 시작하더니 자기 말을 문장으로 표현하기까지는 한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에요.
그 사이 제 친구 아이는 언어치료를 다녔는데요 지금은 언어에 아무 문제가 없는 아주 말 잘하는 아이랍니다. 그 아이도 언어치료센터를 다니지 않고 그냥 있었어도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면서 말을 지금처럼 잘 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24개월에 말을 시작하나 36개월에 말을 시작하나 결국 그 이상의 나이가 되면 똑같아지는 건데 왜 언어센터에 가면 다들 언어치료를 받으라고만 할까요. 엄마들이 아이 상태를 보시고 현명하게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말이 빠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마시고 아이마다 잘하는 분야가 있고 빠르고 느린 부분이 다 다르듯이 우리 아이의 적기가 있을 거라 봅니다. 자폐 등의 증상이 특별히 의심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은 엄마의 조바심으로 언어지연아이, 언어치료 필요한 아이가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24개월 언어지연 걱정하는 엄마들 조바심을 내려놓고 인풋 많이 하시고 가만히 생각해보시길 바래요. 정말 아이가 느린 건지 내가 빠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우리 아이가 느린 아이가 된 건지를 말이에요. 평균이란 수치는 존재하지만 모두 같을 수는 없잖아요?. 아이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그리고 아주 느리게라도 말하는 단어가 늘어간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보세요! 24개월은 판단하기에 이르지 않나요?!